Madey
23년 12월 21일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본문
거창한 제목을 달았지만 사실은 별거 없다.
그냥 생일 날 내가 찍은 필름 보면서 정리하는 겨.

뭐든지 믿음직스럽게 박혀있는 것들은 눈길을 끈다. 거친 나무표면도 그렇지만, 차가운 땅 속을 아랑곳 않고 묵묵하게 박아놓고 뿌리내린 나무가 멋있었다. 나무란 이파리를 내는 풍성한 나뭇가지 줄기도 큰 매력이지만, 밑둥은 일부러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숨겨진 매력이란 말이다. 나도 스스로에게 언젠가는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해는 떴는데 눈치없이 제 자리를 지키는 달이 우습다 귀엽기도 하고. 내 생일이었던 이 날은 평소보다 더 춥고 시려운 날씨에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하늘은 맑았고 해와 달이 같이 떠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내 눈에 닿는 빛이 예쁘다

추운 겨울날 다른 나무들을 잎을 다 떨구고 맨 몸으로 부끄러워하는데, 소나무는 그런 법이 없다. 철두 철미하게 사계절 내내 같은 모습으로 있어주는 소나무들. 뭔가 6그루의 나무들이 육둥이들같이 옹기종기 모여있어서 찍어봤다.


조금 전까지는 바쁜 발걸음들이, 손놀림들이, 많은 에너지가, 활력이 있었을 공사장.
사람이 없는 공간은 고요하고 생기가 없을 뿐이다.

각자 어지럽게 흩어져있지만 그럼에도 어떤 규칙이 생겼다. 어딘지 모르게 따스해보이는 사진, 사람없는 공사장, 고요함.

건물들에 휩싸여서 길을 잃고 헤메이다가도, 막상 고개를 들면 숨통이 트인다. 살아가기 위해선 숨을 쉬어야 해.
그러니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자. 숨을 쉬다보면 살아지고 살아가다보면 그게 길이다.


건물 사진을 찍고 잠시 앉아서 쉬고있는데, 할머니들이 저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함께 걸어가신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난 따라간다.




23년 12월 21일 필름 사진 끝